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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MAR 2022

[MBC연예]

윤한,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만능 엔터테이너 윤한이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21일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는 "싱어송라이터와 피아니스트, 교수, 라디오 DJ, 모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온 윤한과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알린 윤한은 작사, 작곡이 가능한 싱어송라이터이자 방송인을 비롯해 교수, 라디오 DJ, 웹드라마 음악감독, 음악컨설팅 등 여러 분야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만능 프로듀서로 알려져 있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수면 음악 앨범을 발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와 만난 윤한이 앞으로 어떠한 음악을 보여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윤한은 "다양한 도전을 이어왔고, 좋은 모습들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좋은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회사를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한편, 윤한과 계약한 더블엑스엔터테인먼트는 안예은, 우지윤, 범진, 노디시카 등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을 지닌 싱어송라이터가 속해 있는 회사로 다양한 콘텐츠와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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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OCT 2018

[YES24 문화웹진 채널예스]

[윤한의 음악을 듣는 시간] 죽음 앞에서 위로하기

영혼을 달랜다는 진혼곡답게, 실제로 모차르트의 레퀴엠만 들으면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다. (2018. 10. 15)글 | 윤한(피아니스트, 작곡가)“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천재 모차르트, 그리고 그런 모차르트를 평생 시기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노력형 음악가, 살리에르였다. 그런데 그의 시기는 도를 지나쳐 모차르트를 향한 음모로 발전한다. 심신 미약 상태인 모차르트에게 레퀴엠을 의뢰하여 그의 영혼을 점점 피폐하게 만드는 것인데….”모차르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의 스토리이다. 실제로 정말 많은 사람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살리에르의 음모가 담긴 의뢰 곡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는 사실과 다르다.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음악 역사상 거의 최고로 손꼽힐 정도의 천재 작곡가였다. 5세에 작곡을 시작해 8세에 교향곡을 작곡한 것은 물론이고, 14세에는 10분이 넘는 곡을 단 한 번 듣고 완전히 악보로 옮겨 적는 초능력과도 같은 천재성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모차르트의 자필 악보는 수정한 흔적이 없기로 유명한데, 이에 대해 모차르트는 “머릿속에서 완성된 스코어(총보)를 그저 오선지에 옮기고 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는 일화도 있다. 워낙 독보적인 천재성을 갖고 있었던 데다 성격이 강했던 모차르트였기에 당시 많은 (적당한 천재파, 노력파 등의) 음악가의 동경의 대상임과 동시에 질투를 한 몸에 받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유명한 살리에르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신은 나에게 천재를 알아볼 능력은 주셨으나 천재적인 능력을 주시지는 않았다”는 자조 섞인 말을 회고록에 남기기도 했던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등장에 자신의 권위가 무너지진 않을까 불안해하기도 했지만, 이미 궁정 음악가로서의 입지와 신뢰를 확실히 굳힌 터라 오히려 모차르트보다도 훨씬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갔다. 사실 그들은 모든 분야의 능력자(?)가 그렇듯, 선의의 라이벌이자 동시에 끈끈한 동지애를 가진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제는 ‘살리에르의 음모’는 영화 속, 혹은 희곡 속 각색 버전으로만 남겨두기로 하자.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실제로 한 백작의 의뢰를 받아 작곡된 작품인 것은 맞다. 당시 모차르트는 심한 경제적 압박과 건강 악화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안타깝게도 그는 곡을 완성하지 못한 채 짧디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미궁 속으로 빠진 천재 작곡가의 레퀴엠이라는 소재가 아마도 많은 작가에게는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사후에 그의 제자를 포함한 다른 후대의 작곡가들에 의해 완성된 판본들이다. 그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것이 모차르트의 죽음의 순간까지 함께했던 ‘쥐스마이어’ 버전인데, 오늘 소개할 음반 역시 쥐스마이어 판본으로 녹음, 연주된 음반이다.모차르트의 레퀴엠은 하이든, 베버,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로시니, 베를리오즈 같은 음악가뿐 아니라 실러, 괴테, 나폴레옹을 비롯해 많은 저명인사와 유럽 왕족의 장례식에서 연주되었다고 한다. 죽음 앞에서 누군가의 길고 긴 ‘인생’을 음악으로 위로한다는 것,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이렇게 영혼을 달랜다는 진혼곡답게, 실제로 모차르트의 레퀴엠만 들으면 눈물이 나던 때가 있었다. 특히 나는 「Lacrimosa」를 가장 좋아하는데,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나의 모든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신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늘 음반으로만 접하던 이 곡을 실황으로 본 적이 딱 두 번 있다.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된 버전의 실황 연주는 종종 접했는데, 성악과 합창까지 제대로 갖춰진 실황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중 한 번이 오늘 소개할 음반의 주인공인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공연이었다. 바로크 시대의 합창, 종교 음악이라는 흔하지 않은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연주하는 단체다.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비인기 종목(?)인 고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들이 모인 단체라니, 그 열정과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높은 합창단이었다. 공연의 감동은 글을 쓰는 지금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상당했다.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세계적인 합창단의 목소리도 좋았지만, 한 공간의 공기를 타고 온몸으로 스며드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모차르트 레퀴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웅장함과 따듯함, 포근함, 아름다움을 선사해주었던 기억이 난다.이후 한국 최고의 솔리스트들과 함께 음반을 발매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매우 오랜만에 궁금함으로 가득 찬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2018년도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남은 3개월 동안 매일 들어도 매일 새롭게 우리를 감싸줄 곡이다. 어쩌면 우리의 2018년을 가장 아름답게 위로해줄 하나의 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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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SEP 2018

[YES24 문화웹진 채널예스]

[윤한의 음악을 듣는 시간]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

마음이 힘들어 악상이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억지로라도 피아노 앞에 가서 곡을 쓰기 시작한다. (2018. 09. 18)글 | 윤한(피아니스트, 작곡가)“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또다시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전날의 슬픔만이 나를 엄습합니다. 나의 작품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슬픔의 표현입니다.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세상을 가장 즐겁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슬픔은 이해를 날카롭게 돕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실제로 그랬다. 27살,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에 극심하게 고통받고 슬픔 속에 허우적댔던 한 작곡가가 남긴 이 곡은 수 세기를 날아와 내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주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 관한 이야기이다. 슈베르트가 이 곡을 쓸 무렵 그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고통으로 울부짖고, 심지어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도 심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며, 또다시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랬던 그. 아무리 미루어 짐작해본다 한들, 다음날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랬던 그 아픔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까. 게다가 슬픔 속에서 작곡했다는 이 곡의 선율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발랄 하기까지 해서 고통스럽고 고독했던 슈베르트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사실, 세상에 나온 모든 작품은 모든 과정을 이겨낸 결과물이자 모든 감정의 집약체이다. 슈베르트가 그의 슬픔 앞에 좌절하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이 곡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슬픔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이 곡에는 그의 슬픔뿐만 아니라 고통을 승화시켰던 강한 정신력과 인내,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이상을 바라보았던 그의 희망도 함께 담겨있는 것이다. 나도 종종 마음이 힘들어 악상이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억지로라도 피아노 앞에 가서 곡을 쓰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곡이 완성될 때 즈음엔 나도 모르게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져 있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 그 악상은 미처 악보로 옮겨지지 못한 채 힘든 마음 속에 맴돌다 갇히는 것이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아픔에 지지않고 그것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강한 힘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슬픔 속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세상을 즐겁게 할 것” 이라는 슈베르트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사실 2018년의 여름은 많이 힘들었다. 그 와중에 지독하게 덥기까지 했으니, “잘 지낸다.”라는 말보다는 “잘 견뎌낸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어느새 선선해진 날씨가 힘들었던 여름도 끝나감을 알리고,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던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울창한 나무들 속 인적이 드문 공원 구석의 조용한 카페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카페의 주인이 클래식 애호가였는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브람스와 드뷔시의 곡을 비롯해 왠지 가을과 어울리는 선곡에 신기해 하던 참이었다. 그때,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들려왔다. 아름답고 깊은 선율에, 때로는 아이들이 뛰놀 듯 가볍고 발랄한 선율에 갑자기 마음 속 어딘가가 울컥하다가도 편안해졌다. 마치 나를 위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첼로의 음색은 따뜻했고, 그 선율은 마음을 어루만졌다.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원래 첼로를 위한 곡은 아니었다. 여섯 현을 가진 “아르페지오네”라고 하는 (소형 첼로와도 같은)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이었고, 현대에는 첼로나 비올라, 바이올린, 관악기, 관현악 등 여러 버전의 편곡으로 연주된다. 그 중 나는 첼로 버전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가장 좋아하는데, 첼리스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음역대가 높고 리듬의 변화가 빨라 첼로로 연주하기에는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곡이라고 한다. 추천하는 음반은 현존하는 거장 미샤 마이스키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있는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의 첼로 연주와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반주로 녹음된 음반이다. 요요마, 미샤 마이스키 등 많은 첼리스트들의 우상으로 꼽히며, 평생 음악의 영향력에 대해 고민했던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는 세상을 즐겁게, 정신을 강하게 만드는 슈베르트의 음악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혹시 지독했던 여름, 힘든 일이 있었다면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실어 저 멀리 날려보내자. 그리고 그 자신은 고통 속에 작곡했지만, 세상은 그 음악으로 즐겁기를 바랬던 슈베르트의 음악만을, 그 아름다움만을 마음 속 가득 채우는 가을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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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AUG 2018

[YES24 문화웹진 채널예스]

[윤한의 음악을 듣는 시간] 불면증을 치료하는 음악

음악을 잘 몰라도, 곡 속의 수학적 논리를 찾을 수 없어도 괜찮다. 무더위에 잠 못 이르는 요즘, 이 앨범을 곁에 두고 자장가 삼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2018. 08. 17)간혹 잠이 안 올 때면 정해놓고 트는 곡들이 있다. 존경하는 두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와 막스 리히터의 몇몇 곡, 그리고 오늘 소개할 글렌 굴드 버전의 이다. 이들 곡 모두는 음반을 끝까지 집중해서 들어본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어도 나의) 불면증에 효과가 있었다. 어쩌면 작곡 배경을 듣고 난 이후라 왠지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의 피아노 소품집 도 불면증 치료에 적극 추천하지만….아직도 논란과 의심의 여지는 남아 있지만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한 백작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작곡되었다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진 곡으로 유명하다. 독일 드레스덴 주재의 러시아 대사였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링크 백작은 바흐의 음악 인생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다. 음악 애호가이자 심한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백작이 수면제를 대신할 수 있는 음악을 바흐에게 의뢰했고, 바흐는 그간 많은 도움을 준 백작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작곡해 보냈다고 한다.내 경우는 정신과 의사인 친구에게 이 곡을 처음 추천 받았는데, 실제로 꽤 많은 사람이 이런 작곡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난 후 음악을 들었을 때 불면증이 개선되었다는 후기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그 후 내 주변에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이 곡을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정말 치료의 효과가 있는 음악인지 여전히 누구도 확실히 답할 수 없지만, 그 옛날 백작과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에게 안정을 주었던 음악임에는 분명하다.사실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이런 가벼운 내용으로만 설명하기엔 굉장히 거대하고 동시에 학문적인 곡이다. 피아노 솔로만으로 무려 50분, 바흐가 자신의 모든 작곡 기교와 지식을 쏟아부은 곡이기도 하다. 「골드베르그 변주곡」은 마치 퍼즐 내지는 퀴즈 같기도 한데, 곡 속에 숨겨진 수학적?음악적인 논리를 분석하는 재미가 있는 곡이다. 첫 곡과 마지막 곡의 수미쌍관에서부터 3의 배수 번호가 붙은 변주곡에서는 음정이 1도씩 증가하는 등의 규칙들 속에 치밀하게 나열되어 있는 것이 이 곡을 더욱 중독성 있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글렌 굴드의 연주를 빼고 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글렌 굴드의 연주는 너무나 독창적이고 동시에 유려하다. 마치 컨트롤러로 볼륨을 조절하고 있는 듯이 세심하고 정확한 표현력과 뛰어난 속주 테크닉은 이성적인 논리 속에 50분 동안 이어지는 이 변주곡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글렌 굴드는 강박증, 결벽증 등을 포함 여러 가지 정신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극도로 세심했던 성격 때문인지 연주자와 관련된 기이한 에피소드도 참 많다. 혹여 손에 상처가 날까 봐 악수를 거부했던 것은 물론이고, 파티장에서도 장갑을 끼고, 특수 제작한 낮은 의자에 않아 건반이 코에 닿을 듯 말 듯한 자세로 피아노 연주를 했다는 그.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데뷔작으로 내놓은 이 음반은 1956년 발매된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이, 여전히 인지도 1위를 굳건히 지키는 압도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음반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들리는 아주 희미한 허밍 음과 (요즘의 기술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자연적인 음질에 놀랄 수도 있다. 연주를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의 버릇 때문인데, 많은 기술자가 그의 허밍을 지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바로 굴드의 앨범이 매력적이고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를 재즈의 세계로 인도해준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앨범에도 그의 콧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그것이 마치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리처럼 느껴져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기억이 있다. 글렌 굴드의 연주 역시 그렇기에 더욱 자유롭고 독창적이며, 동시에 살아 있다.음악을 잘 몰라도, 곡 속의 수학적 논리를 찾을 수 없어도 괜찮다. 무더위에 잠 못 이르는 요즘, 이 앨범을 곁에 두고 자장가 삼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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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JUL 2018

[YES24 문화웹진 채널예스]

[윤한의 음악을 듣는 시간] 악기들이 음악으로 나누는 대화|작성자 윤한

무더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보기를 바란다. (2018. 07. 17)화수분처럼 음악을 쏟아냈던 청년, 머릿속에 넘쳐나는 음악을 악보로 옮기느라 평생 바삐 지냈던 청년. 바로 슈베르트이다. 그는 31세에 요절했다. 나의 31세를 떠올려보면 아직 꽃을 채 피우지도 못했던 어린 나이에 슈베르트는 무려 1,000곡 가까이 되는 곡을 세상에 남기고 떠난 것이다. 이는 여느 작곡가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곡 수인데,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1년에 무려 150곡이 넘는 곡을 작곡했던 해도 있다고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렇게 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슈베르트는 생전에 인정받은 작곡가는 아니었으나, 누구보다도 예술가적인 삶을 지향했고 예술가답게 살았던 청년이다. 마치 예술과 문학 없이는 한순간도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인 것처럼, 그의 주변에는 늘 예술가가 넘쳐났다. 슈베르티아데라고 하는 연주 및 사교 모임을 조직하여 음악가뿐만 아니라 화가, 극작가, 시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그의 생에 가장 큰 기쁨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간혹 단순히 음악 그 이상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눈을 감고 스피커 앞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지기도 하고 또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치 문학과 예술이 그의 음악에 푹 안겨 있는 듯, 슈베르트의 음악 속에서 모든 예술이 자유롭게 평화를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슈베르트 하면 떠오르는 음악은 단연 ‘가곡’일 것이다. 1,000곡 가까운 곡 중 600곡이 넘는 곡이 가곡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널리 알려진 명곡도 많다. 또 피아노 소나타와 즉흥곡들도 매우 중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곡은 슈베르트의 또 다른 명곡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934」이다. 실내악 곡을 즐겨 듣지 않았던 나를 실내악의 세계로 끌고 간 곡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슈베르트의 진짜 매력은 그의 실내악 곡에서 나타난다고 믿고 있을 만큼 그의 피아노 5중주 「송어」나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를 비롯한 실내악 곡들을 사랑한다.「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934」는 그다지 널리 알려진 곡은 아니나, 걸작이라고 칭송하기에 마땅한 곡이다. 곡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곡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둘 중 어느 한 악기만을 위한 곡은 아니다. 대개 바이올린과 피아노 이중주는 피아노가 반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곡에는 주연 배우만 있을 뿐이다. 또 작곡가가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 자주 붙이곤 하는 ‘환상곡’이라는 이름처럼, 어떠한 구애도 받지 않고 써내려 갔던, 그래서 더 와 닿는 곡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자신이 썼던 가곡을 다른 곡에서 활용하기를 좋아했는데, 이 곡에서도 역시 뤼케르트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었던 「입맞춤을 받아주오」라는 가곡의 주제가 변주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한다.「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934」의 1악장은 한 남녀의 조심스러운 만남에서 시작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천천히 그리고 잔잔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말이다. 탐색 기간(?)을 가지던 두 사람은 점점 서로의 매력에 빠져들고, 조심스러웠던 목소리는 이내 상기되어 어느새 그곳에는 두 사람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서로에게 집중하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에 불꽃이 붙어버린 순간, 그들은 주체할 수 없는 뜨거움에 격렬한, 아주 강렬한 키스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2악장, 환상곡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그들의 호흡과 몸짓은 단 한 번의 엉킴도 없이, 리드미컬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세상 어느 것보다도 아름다운 키스의 순간을 완성한다.듀오 곡이나 실내악의 매력 중 하나는 악기들이 음악으로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는 것이다. 주고받는 멜로디가 그들 대화의 주제가 되고, 또 누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가 비교적 직관적으로, 선명하게 들린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재즈와 비슷하기도 해서 실내악을 좋아하는 계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곡에서, 특히 2악장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그저 ‘대화’ 이상의 호흡을 주고받는다. 너무나 아름답고 강렬해서 마치 거친 숨을 내쉬며 격렬한 키스를 이어가는,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커플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심장이 두근거렸다.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악장 구분이 모호해서 마치 한 곡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그 때문인지 곡의 흐름에 더욱 몰입하게 되기도 한다.야사 하이페츠나 기돈 크레머와 같은 거장의 음반도 많지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것은 율리아 피셔-마르틴 헬름헨의 연주이다. 여러 음반을 들어보면 연주 속도가 조금씩 다 다른데, 개인적으로 나의 호흡에는 이 음반이 가장 적절했다. 특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둘 다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율리아 피셔이기에 피아노 연주자와의 호흡이 안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는 ‘밀당’의 기술이 뛰어나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만큼이나 뜨거운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들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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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JUN 2018

[YES24 문화웹진 채널예스]

[윤한의 음악을 듣는 시간] 하마터면 고개를 돌려 키스할 뻔했다

곡의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 옆자리의 여인 때문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그런 곡이다. (2018. 06. 18)“오늘 6시에 프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회가 있습니다.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시몽에게서 온 편지였다. 폴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중략)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부분​정말 좋아하는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중 한 대목이다. 지극히 익숙하고 안정적인, 그래서 고독하고 재미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한 여인(폴)에게, 한참 어리고 너무나 열정적이고 신비로운 젊은 청년(시몽)이 다가온다. 청년은 여인에게 푹 빠졌고, 여인은 청년의 구애가 신선하고 설레지만 한때의 불장난일 것만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순수하고, 조금은 철없고, 여전히 낭만이 남아 있는 청년의 마음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한 문장으로 대변된다. 브람스의 음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 한 문장이 얼마나 강력하고 정확하게 인물을 묘사하고 있는지,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지독히도 현실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 중년의 여인에게 젊은 청년은 마치 자기 생활 너머의, 어쩌면 삶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던 시절에나 가졌을 법한 ‘낭만’이자 ‘꿈’이었을 것이다. 마치 브람스의 음악처럼 말이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 그는 낭만주의를 배척했다고도 평가되고 있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매우 낭만적이다. 다만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지나치게 찬란해 도를 넘는 수준은 아니다. 강건하고 바르게 고전주의의 형식을 지키면서도, 선율을 살펴보면 매우 시적이고 짙은 낭만의 정서가 깃들여 있다. 5세 때부터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무려 40대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교향곡을 발표했을 정도로, 신중한 동시에 순수한 작곡가였던 브람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음악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악이자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사랑하는 곡,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바이올린 한 대가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누르고 솟아올라 찢어질 듯한 고음으로 필사적으로 떨더니 이윽고 저음으로 내려와서는 즉각 멜로디의 흐름 속으로 빠져들며 다른 소리들과 뒤섞였다. 시몽은 하마터면 고개를 돌려 폴을 안고 키스를 할 뻔했다.”기교 그 자체로 잘 알려진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심지어 초연을 맡았던 브람스의 절친한 동료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조차 투덜거리게 만들었을 정도로 어려운 기교를 뽐내고 있다. (브람스는 요하임의 연주를 처음 본 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화려한 독주에 깊은 감명을 받아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 요하임과 활발히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곡을 완성해나갔다.) 현재 베토벤, 멘델스존의 작품과 더불어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도 잘 알려진 이 곡은 브람스의 작품 중 단연 걸작이라고 칭할 만하다. 마치 베토벤의 곡처럼 고전적인 형식미를 갖추어 단정하고 비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케스트라 위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넘나드는 바이올린의 독주 선율은 굉장히 자유롭고 리드미컬하며 때로는 매우 쓸쓸하고 고독하게 들리기도 한다.하마터면 고개를 돌려 옆자리의 사랑하는 여인에게 키스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한껏 들었다 놓았다 하며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음악을 들으며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곡의 묘한 긴장감 때문인지 옆자리의 여인 때문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그런 곡이다. 나는 특히 3악장을 정말 좋아하는데, 더블스톱(화음)으로 시작되는 바이올린 솔로를 들을 때마다 그토록 황홀할 수가 없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음반은 연주자마다 특색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정확한 음정 그리고 완벽주의자이기로도 유명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의 연주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기교를 제대로 감상하기에 좋은 음반 중 하나이다. 브람스의 낭만이 당신의 삶에 가득하기를 바라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도 함께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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